영화 공포의 외인구단은 그 시절 최고의 흥행작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보다 이전 영화의 원작이었던 동명의 만화는 그 인기를 나조차도 알고 있었으니, 대단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주인공 까치의 선을 넘는 도전, 청춘들의 사랑, 빠질 수 없는 음모와 빌런, 숨은 고수 등 대중이 선호하는 소재들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는 대중매체가 가진 그 시대의 이야기와 그 시대에서 벗어나고 싶은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고, 3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의 우리가 보기엔 불편한 부분도 아주 많은 영화다. 그래서 오늘 나는 영화 공포의 외인구단의 스토리보다는 2022년을 살고 있는 내가 바라본 그 시절과 영화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1. 그 시절 우리의 남성상과 여성상을 보다
외인구단이 상영됐던 1986년도에 나는 국민학교 5학년이었다. 외인구단을 보며 돌이켜 생각해보면 36년이 지난 지금, 젠더, 성주류, 성인지 등 양성평등 아니 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약자의 욕구는 꾀나 선명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 등장하는 여성상이나, 여성에 대한 남성의 태도는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참 어이없다. 또한 그 시절 나의 어머니들이 그런 대접을 받고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정말 좋은 시절에 살고 있구나’라는 상대적 행복감마저 든다. 그러나 80년대 후반은 경제적 단맛과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일었던 시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의 절반인 그 시절 여성을 이렇게 표현한 것에 굉장한 불쾌감이 든다. 첫째, 그려진 여성 캐릭터 모두 영화 속 부정적 캐릭터를 담당하고 있다.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수동적인 엄지, 역동적이고 자주적이지만 그것은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인 홍 기자, 폭력을 당하고도 다시 가해자를 스스로 찾아가는 인물, 스토커처럼 쫓아다니는 남성에게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인물까지 다양하다. 두 번째는 가장 거슬리는 부분이다. 홍 기자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여성 캐릭터도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영화를 만든 상황에서 가사노동의 가치를 평가해주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이 영화에서는 모든 여성을 가정이라는 영역 속에 캐릭터를 가두고 있다. 반면, 마동탁을 비롯한 모든 남성들은 자신의 삶을 위해 역경을 극복하고 주체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는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은 여성 캐릭터들이 하는 사고이다. 여성은 언제나 현재의 상황을 1차원적, 미시적으로 보고, 이를 남성이 거시적인 관점에서 다시 설명해주는 계몽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영화 속 손감독의 여동생과 그의 남편의 대화에서 매우 뚜렷이 드러난다. 손감독의 병적인 몰입에 대해 현재의 상황만을 보고 가슴 아파하는 여동생에게 그의 남편은 손감독이 그토록 갈망했던 것을 아마도 지금 이루고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한다. 근시안적인 여성의 사고력과 통찰력 있는 남성의 사고력을 보여준다.
2. 폭력이 미화되었던 그 시절
그리고 여성을 향한 남성의 폭력적인 문제 행동을 그대로 영화에 반영한 점도 몹시 놀라웠다. 백도산의 여자 친구를 향한 폭력이 친구에 대한 의리로 표현되고, 스토커처럼 은행 직원을 쫓아다니는 폭력이 한 여성을 끝까지 좋아하는 열정으로 표현되고 있다.
3. 대중매체의 리얼리즘과 교정적 역할 사이에서의 갈등
영화는 시대가 원하는 민주화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인가? 아니면 당시의 민주화라는 것이 아주 아주 오래전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 때처럼 세금을 내는 시민으로 인정받는 자들에 대한 것인가? 둘 중 어떤 것이라 하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적어도 후자는 아닐 것이라 생각하고 싶다. 그러나 80년대 후반 고도성장 속 대중문화는 대중들에게 매우 큰 영향력을 주고 있었을 것이다. 대중문화라는 것이 현실의 반영 없이는 대중의 인기를 얻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현실의 반영과 이를 교정하고자 하는 제작자의 노력이 반영되었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영화가 야구라는 특성상 남성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했겠지만, 영화에 나오는 모든 여성 캐릭터를 이렇게까지 표현한 것은 대중문화 제작자로서 고민이 부족했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상업영화 제작자일지라도 대중이 리얼리즘 속에서 스스로 교정의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