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부터 떠들썩했던 태풍 힌남노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앗아가고 가을 하늘을 남겨준 듯하다. 이제 바람에서 가을 냄새가 난다. 가을이 되면 왠지 모르지만 '사랑'이라는 단어가 곁에 와 앉는다. 그리고 러브 액츄얼리는 이렇게 날 좋은 날이면 다시 한번 보고 싶어 진다.
1. My actually love
2003년 개봉 당시 남편과 함께 보았던 ‘러브 액츄얼리’. 그 당시 나는 영화에 나오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에서 많은 이질감을 느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성인영화 배우인 잭과 주디의 사랑, 동생에게 여자 친구를 빼앗기고 아픔을 겪는 제이미와 그의 곁에 다시 찾아온 이국의 가정부 오렐리아와의 사랑하는 모습 등은 지구 건너편 영국에서는 저런 사랑이 가능할까? 그리고 영화로 만들 만큼 보편적인 이야기인 것인가?라는 의문의 형태를 띤 다름에 대한 거부감이 들었었다.
그리고 지금 19년이 흘러 다시 본 이 영화에서 나는 새삼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나도 많이 바뀌었고, 그리고 사랑도 바뀔 수 있음에 공감하게 되었다. 이제는 나도 중년부부가 되어있었다. 그래서인지 중년부부인 캐런과 해리에게 찾아온 유혹을 바라보며, 내가 캐런이었다면 나는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캐런이 방에서 혼자 티슈 조각을 들고 눈물을 훔치며 흐느끼는 모습에서는 가족을 사랑하는 엄마이자, 지금의 가정을 이룬 한 축으로 그 가정을 온전히 유지하고 싶은 책임감을 함께 느낄 때 동서양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공감이 들었다. 또한 그녀가 남편을 진정으로 용서했을지는 모르지만, 흔들렸던 남편을 예전처럼 받아주는 모습에서 이 영화 속 다른 어떤 사랑이야기보다 가장 Actually Love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누군가 결혼 24년이 된 내게 사랑의 유효기간이 3년이라는 말이 정말 맞는 말인지 묻곤 한다. 묻는 이는 내게 그런지 그렇지 않은지 확인하고 싶어서 하는 질문이라기보다는 그렇다에 답을 정해두고 과거의 나처럼 질문의 형태를 띤 사랑에 대한 불신을 표현하는 수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질문에 그렇다 아니다 답하지 않는다. 묻는 이 가 말하는 사랑은 어쩌면 내가 아는 사랑의 일부이거나 아니면 전혀 다른 어떤 것인지 모르겠기에 그렇다. 영국 수상과 나탈리 같은 아름다운 남녀 간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캐런과 해리의 사랑을 말하는 것인지? 또는 빌리와 조처럼 삶의 역경을 함께 지내온 전우애를 말하는 것인지? 말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하나 있다. 내가 24년을 남편과 살아오기까지 필요했던 사랑 그리고 앞으로 필요할 사랑은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모양이 바뀌어 왔고, 앞으로도 바뀌어 갈 것이라는 것이다. 한때 유명했던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말에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역설적이지만 사랑이 변하지 않으면 그 관계는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랑은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처음 사랑을 하는 이유 또는 사랑을 키워가는 이유 모두 나와 상대의 상황을 서로 이해하고 맞춰가기에 가능한 것이다. 영화에서 사라와 칼이 사랑했지만, 서로의 삶의 환경과 상황을 이해하고 맞춰갈 수 없기에 결국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온 것처럼 말이다. 나와 상대의 상황은 계속해서 변해간다. 그리고 사랑도 그 상황에 맞게 변해야만 삶도 그리고 그 속의 사랑도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그 사랑이 처음 남녀가 만나 뜨겁게 사랑을 나누었던 바로 그 모양은 아니겠지만, 흔들렸던 남편마저도 사랑해 줄 수 있고, 가난한 이민자와 그의 가족도 받아들일 수 있으며, 죽은 아내가 남겨놓고 간 전남편의 아이를 내 자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려면 사랑은 어쩌면 매일 매 시간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존재함일 것이다.
오늘 나의 가족은 어떤 모습으로 사랑하고 있을까? 되묻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나를 엄마이자 아내이자 그리고 유능한 사회인으로서 나의 많은 것들을 사랑해주고 있음에 더 없는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 나는 오늘 나의 가족에게 감사함으로 사랑을 표현해 본다.